수팜 ' 합격자 후기

Pass and Award|Successful Candidate Review

수액터스팜 선배들이 남긴 생생한 합격후기로 그 경험을 나누고 성공의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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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성대학교 뮤지컬전공 수석 합격 / 수팜 일산 18기 허민재

등록일 2020.02.12/조회수 1587

일산 18기 허민재(안곡고등학교)


재수 끝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정시 경성대 뮤지컬과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명지대학교는 예비 4번을 부여받았다. 사실 어떤 말을 써내려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열심히 한 날들도 있었고 실수를 한 날도 많았고 게을렀던 날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19살 때 입시에 실패하고 나는 돈을 벌어야만했다. 아버지께서 다리를 다쳐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20살의 나는 1년 동안 돈을 벌어 반은 집에 보태고 나머지 돈은 모아서 다시 입시할 때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했다. 쌀국수 집에서 서빙도 해보고 현대백화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롯데월드에 자리를 잡아 캐스트로 일을 했다. 거기서 사회생활을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리고 20살 12월에 퇴사를 한 후 곧바로 학원을 찾았다. 그래서 19학년도 정시에 예대를 지원했으나 떨어지는 건 당연히 예상된 결과였었다. 쉬는 기간을 갖지 않고 2월부터 바로 입시를 시작했다. 고3 때 입시를 해봤으나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실기적인 부분들이 많이 무뎌져있어서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허나 4월부터 점점 힘이 붙으면서 많이 늘었다. 특히 노래가 많이 늘어서 뮤지컬 데이에서 1등을 하기도 하고 어느새 학원에서 노래를 가장 잘 하는 위치에 안착하게 되었다. 지원 선생님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는데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인지, 지금 필요한 연습은 무엇인지 명확히 짚어주시는 능력과 날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면모에 반해 선생님께 깊은 존경심과 사랑을 갖고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었다. 


5월, 내 인생 독백이라고 할 수 있는 에쿠우스의 알런을 처음 만났다. 경희 선생님께서 알런이 잘 어울릴 것 같으니 준비해오라고 하셨던 게 아직까지 떠오른다. 처음에는 뭐 이런 미치광이 인물이 있나 싶었는데 점점 애정을 갖게 되었고 그 인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얘가 어떤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침대 위에 정말 말 사진을 붙여놓고 자기 전에 알런처럼 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등 알런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썼다. 어느새 학원 사람들 모두가 민재 알런은 정말 좋다고, 연기 진짜 잘 한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명지대학교와 경성대학교에서 알런을 보여주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잘 가다가, 제일 중요한 8월 때 삐끗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몰래 연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후회하는 지점이다. 그렇게 깊게 사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입시를 놓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나태해지기 시작했고 들킬까봐 학원에 가는 게 항상 불안했었다. 그런 정신상태로 학교에 붙는 건 말이 안 됐기에, 수시는 한 개의 1차 합격도 없이 전부 떨어지고 말았다.


수시에 떨어지고 난 후 지원 선생님께서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니 입시를 위해서 끝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엄청 혼났다. 니가 그렇게 힘들게 돈 벌어서 온 게 고작 이걸 위해서 온 거냐고, 왜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냐고. 그 날 선생님 앞에서 울었다. 정말 엉엉 울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그렇게 울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되고 나니 정신이 반짝 들었고, 헤어지자는 결론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정시는 정말 독하게 준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정시 준비를 시작하고 2주 동안은, 선생님들을 속였다는 죄책감에 학원에 나가는 것도 수업을 듣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었고 그 때 정말 최대의 슬럼프를 겪었다. 난 분명 노래를 잘 했었는데 노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매 수업마다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나를 위로해주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 채찍질을 해주셨다. 너 노래 왜 이렇게 못 하냐고. 니가 믿을 건 노래 하나 뿐인데 이따구로 하면 대학 가겠냐고. 당시에는 정말 마음이 아팠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감사한 일이다. 난 원래 칭찬을 받으면 안 되는 놈이다. 그럼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멈춰버리니까. 선생님의 채찍질 덕분에 이 악 물고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날 무렵, 내 페이스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 뒤부터는 쭉 상승세였다. 선생님도 점점 잘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 스스로도 감이 돌아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시험까지 쭉 이어나갔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 같다. 명지대학교 예비가 빠지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경성대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니자. 


상윤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나태해질 무렵 학원을 정말 많이 빠졌었고 선생님은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욕을 하며 정말 독하게 혼내주기도 하셨다. 나 때문에 정말 속이 타들어 가셨을 거다. 그 정도로 말을 안 듣던 학생이었다. 그래도 선생님은 끝까지 날 놓지 않으셨고 믿어주셨다. 학원에 갈 때마다 안 계셔서 얼굴을 못 본지 오래 되었는데, 정말 감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리고 싶다. 


같은 반으로써 오랜 시간을 보냈던 패션반 친구들에게도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다. 여름 날 땀 뻘뻘 흘리며 같이 움직이고 연기하고 노래했던 우리가. 수팜 티셔츠 맞춰 입고 노천극장에 가서 성량 키운다고 사람들 지나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빽빽 부르던 우리가. 


시간이 많이 지나도 절대 바래지지 않을 추억들을 지난 1년 간 수팜에서 많이 쌓았다. 입시에 성공하고 실패하고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큰 가르침이 된 일 년이었다. 만약 떨어졌더라도 항상 여기서 얻은 가르침을 얻고 살아갔겠지. 책임감이 뭔지 배웠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곳이었다. 그리고 게으름이 가장 큰 적이라는 것도, 사랑보다 동료애가 더 크다는 것도 배웠다.


마지막으로,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써.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으로써.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준 수팜에 감사하고, 여기 서 있었던 모두의 인생이 꽃 길이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사랑해요 수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