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팜 ' 합격자 후기

Pass and Award|Successful Candidate Review

수액터스팜 선배들이 남긴 생생한 합격후기로 그 경험을 나누고 성공의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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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합격 / 수팜 일산 18기 김윤정

등록일 2020.02.11/조회수 972

2020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정시 최종합격 수기 – 수액터스팜 일산 18기 김윤정


이충현 따라잡기 75일째, 김윤정 연기인생으로 드리프트한지 약 5달.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2019년 8월 19일 큰 선택을 했다.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 우선. 단지 가슴 뛰는 취미였을 뿐인 연기가 내 인생이 되어버린 건 순식간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입시를 앞두고 진로를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개받은 학원에 무작정 상담신청을 하고 아무런 고민 없이 바로 등록한 그날, 상윤 선생님 열정으로 가득한 눈에 사로잡혀서 맹신하게 됐던 그날, 연기 늦게 시작한다고 아니꼽게 봤던 학교 몇몇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들, 난 그런 것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의미 없는 것들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만큼의 무게를 또 견뎌내야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수시 때의 초보학생은 11월부터 점점 감을 잡기 시작하더니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를 내면서 달렸다.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너무 부족한 나를 되돌아봤으며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난 책임감을 배웠고 인내를 배웠고 겸손을 배웠고 또 사랑을 배웠다.

입시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고 난 나와의 약속을 20년인생 처음으로 지켜냈다. 작심일일 내 별명이었는데 의지박약 내 단점이었는데 이 일에 있어서 까진 그러지 않더라. 놀고 싶을 때 꾹 참고 묵묵히 내 할 일을 한다는 것, 정말 어렵더라. 사실 나와의 약속을 정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는 우리 기장오빠 덕분이었다. 본인이 정한 약속은 무슨 상황에서든지 지켜내는 오빠의 모습을 보고 내가 믿고 나갈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언가가 바로 약속이다. 그 약속이 바로 내가 나를 믿을 수 있게 하더라.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 관계에 있어서, 우정에 있어서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 조언을 줄 수 있음에 또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정시준비가 시작된 후 한양대만을 보고 무작정 달렸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내 눈도 같이 뒤집혔다. 미친 사람처럼 당일대사를 했었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무용을 잡고 늘어졌고 노래를 조금이라도 더 잘하려고 발버둥쳤다. 답답할 땐 울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에 선생님들께 많이 의지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한양대를 준비하는 많은 동료들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내가 따라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물리적인 시간은 기본이고 작은 마음가짐 같은 것들? 그래서 처음엔 주눅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 때 상윤 선생님은 말씀하시더라,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너가 더 잘해’. 아마 진짜 실력적으로 내가 더 잘한다고 말씀하신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그냥 그런 한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내가 떨어지려고 할 때면 항상 다시 잡아 일으켜주시는 선생님들. 둘이 있을 때 돌려서 툭 뱉는 상윤 선생님의 위로, 정신 번쩍 들게 하는 호된 지원 선생님의 위로, 너무 웃겨서 긴장하거나 잡생각 들 틈도 없게 해주는 종현 선생님의 위로, 가끔은 너무 냉정해서 속이 아픈 지완 선생님의 위로, 따뜻한 남융 선생님의 위로. 난 다 위로 같다. 나를 다시 일으켰던 그 위로들, You Raised me up.

너무 느낌 위주로만 썼나, 쓰다 보니 감사한 것들이 많이 생각나서 그랬나 보다.


[한양대학교 준비 과정]

학교시험 - 나만의 몸풀기 루틴 만들어감. 눈치안보고 학부모 대기실에서부터 연습

-당일대사

사실 문맥 파악 뭐가 잘하는 건지 모른다. 그냥 읽고, 핵심적인 키워드 캐치해서 바로 내 이야기로 흡수, 대사 이해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바로 외워진다. 암기는 딱히 걱정 안 해도 됨.  A4한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소리 내서 읽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상황, 관계, 목표 설정. 남들이 다 할 것 같은 감정표현이 아닌 다른 독특한 접근 방식이 없나 생각해 본다. 당일대사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 또는 그것에서 파생된 물건을 내가 설정한 인물의 입장에서 특별하게 설정. 그 다음 바로 ‘인물에게 빠진다’. 

높은 순간집중력이 요구됨. 드라마적 판타지를 스스로 창조해내고 빠른 시간 내에 그 속에 빠지는 것이 중요. 상상력, 창의력!

학교 시험 – 완전히 집중된 상태가 만들어지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소리만 들리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된다. 2차대기실 3차대기실 계속 오로지 인물의 입장에서 눈물 흘리다가 시험장 입장.


-노래

인상 깊게 봤던 ‘시라노’라는 뮤지컬 넘버 선곡.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넘버여야 한다. 노래하는 내내 행복했다.


-무용

아마 내가 무용 세상에서 제일 못했을 거다. 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습득력이 남들보다 느렸다. 옆돌기도 못했고 물고기도 못했고 뒷구르기도 못했고 물구나무도 못 섰는데 이 악무니까 되더라. ‘너는 남들 하는 것처럼 잘하려고 하면 안돼.’ 영재 선생님의 이 한마디가 떠오른다. 남들과 다른 느낌으로 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진짜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는 것. 무작정 프레이즈 돌리는게 아니라 내 몸이 움직이는 하나하나에,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학교 시험-[정열에 사로잡히다] - 정열을 뜨거운 생쥐 한 마리로 설정, 나에게는 그 생쥐를 꼭 잡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생쥐를 잡기도, 놓치기도, 생쥐가 내 몸에 올라타기도 하면서 정열에 사로잡혀가는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표현함.

-질답

학교에 오고 싶어하는 마음 가득 절실함 가득! 또박또박하고 똑똑하게 대답! 학교 공연을 하나밖에 보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어디서 연극 올린 적 있어요? 움직임은 어디서 배워 온건가요? 한양대 공연 뭐 봤어요? 그거 하나밖에 안 봤어요?


-토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

그냥 내 생각 똑똑하게 소신 있게 말하면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한다. 좋은 사람 좋은 인연을 만나고 소중한, 그리고 값진 시간들을 추억너머로 보내야겠지만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은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을거다. 사실 아직도 왜 뽑혔는지 잘 모른다. 상윤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또 네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학교에 가서 배우의 기본 자질을 챙기며 연기의 본질을 놓치지 않을 거다. 합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거야.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야.


사랑해, 수팜!